통장을 빌려준 160명은 왜 입건됐나
COLUMN · 형사 / 전자금융거래법
작성 2026. 8. 12. | 로엘법무법인 강성문 변호사
통장을 빌려준 일로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개는 "잠깐 쓰고 돌려준다고 해서 넘겼을 뿐"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보는 지점은 통장이 어디에 쓰였는지가 아니라, 통장을 넘긴 행위 자체가 「전자금융거래법」이 금지한 유형에 들어가는지입니다.
2026년 8월 광주경찰청이 발표한 자금세탁 사건은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검거된 179명 가운데 160명이 통장을 빌려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글은 같은 사건에서 왜 죄명이 둘로 갈리는지를 조문을 기준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Q. 돈을 받고 통장을 빌려줬을 뿐인데도 처벌될 수 있나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는 접근매체를 양도·양수하는 행위뿐 아니라, 대가를 주고받거나 주고받기로 하면서 접근매체를 빌려주거나 빌리는 행위, 범죄에 이용할 목적임을 알면서 빌려주는 행위도 함께 금지합니다. 같은 법 제49조는 이를 위반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합니다. 통장이 실제로 어떤 범죄에 쓰였는지와 무관하게, 넘긴 행위 자체가 검토 대상이 됩니다. |
광주경찰청이 발표한 사건
광주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2026년 8월 10일, 불법 도박사이트의 범죄수익을 세탁한 혐의로 두 개 조직을 적발해 모두 17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2명을 구속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세탁 규모는 약 8개월간 5,062억원, 동원된 대포통장은 107개입니다. 대구에 거점을 둔 조직이 통장 62개로 4,828억원을, 부산에 거점을 둔 조직이 통장 45개로 234억원을 취급한 것으로 조사됐고, 약 25억 9,500만원에 대해 추징보전이 이루어졌습니다.
주목할 대목은 인원 구성입니다. 검거된 179명 중 조직 총책 등 19명을 제외한 160명은 대가를 받고 자신의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넘긴 명의 제공자였고, 이들에게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경찰은 통장을 빌려주는 것만으로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본건은 수사·송치 단계이므로 개별 관련자의 유무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160명에게 적용된 법률은 무엇인가
명의를 제공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조문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와 제49조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접근매체는 통장 하나만이 아닙니다. 법제처 안내에 따르면 통장, 현금카드·체크카드, 비밀번호, 보안카드, 생체정보, 인증서가 모두 접근매체에 해당합니다. 카드만 건네고 통장은 갖고 있었다는 사정이 방어가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 구분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가 금지하는 행위 |
|---|---|
| 양도·양수 | 접근매체를 넘겨주거나 넘겨받는 행위 |
| 유상 대여 | 대가를 받거나 주기로 하면서 빌려주거나 빌리는 행위, 보관·전달·유통 |
| 범죄 목적 대여 | 범죄에 이용할 목적이거나 그런 목적임을 알면서 빌려주거나 빌리는 행위 |
| 알선·광고 | 위 행위를 알선·중개·광고하거나 권유하는 행위 |
| 법정형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같은 법 제49조) |
표에서 보시듯 금지 유형이 넷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조사에서 다투게 되는 것은 "통장을 넘겼는가"가 아니라 "어느 유형에 해당하는가"입니다.
'양도'와 '대여'는 같은 칸이 아닙니다
양도와 대여는 조문에서 나뉘어 있고, 요건도 다릅니다. 법제처 안내에 따르면 처벌 대상인 '양도'는 접근매체의 소유권이나 처분권을 확정적으로 넘겨주는 것을 뜻하고, 무상으로 잠시 빌려주거나 일시적인 사용을 맡긴 경우는 '양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대출을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통장을 잠깐 건넨 경우가 여기서 논의됩니다.
다만 이것이 "빌려준 것이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대가가 오간 대여와 범죄에 쓰일 것을 알면서 한 대여는 조문에 별도로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사건이 갈리는 지점도 대체로 여기입니다. 대가를 받았는지, 어떤 설명을 듣고 넘겼는지, 넘긴 뒤 계좌 상태를 확인했는지 같은 사정이 진술과 자료로 재구성됩니다. 그래서 조사를 앞두고 계신 분들께는 문자·메신저 대화와 입출금 내역을 지우지 말고 그대로 확보해 두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명의 제공에서 멈추지 않는 경우
통장을 넘긴 사람의 책임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넘긴 뒤에 직접 현금을 인출해 전달했다거나, 돈의 성격을 알면서 계좌를 계속 관리했다면 사기 방조나 범죄수익 은닉에 관한 책임이 별도로 검토될 수 있습니다. 광주 사건에서 조직 총책 등 19명과 명의 제공자 160명의 처리가 갈린 것도 관여의 정도가 달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이 구분은 방어의 축이기도 합니다. 명의만 제공한 사람과 자금 흐름에 개입한 사람은 적용 법조와 법정형이 다르므로, 조사 초기에 자신의 관여 범위를 사실대로 정리해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개별 사건의 결론은 확정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정리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는 접근매체의 양도·양수, 대가가 오간 대여, 범죄 목적 대여, 그 알선까지 나누어 금지하고 있고 제49조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둘째, '양도'에 무상·일시 대여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있으나 대가나 범죄 목적이 확인되면 별도의 금지 유형에 걸리므로 빌려준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셋째, 광주경찰청 발표처럼 명의만 제공한 사람도 대규모 사건의 입건 대상이 되며, 관여 정도에 따라 죄명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통장이나 카드를 넘긴 일로 연락을 받으셨다면 출석 전에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통장·체크카드 명의 제공으로 조사 연락을 받으셨나요? 로엘법무법인 형사 분야 변호사가 적용 법조 확인과 관여 범위 정리부터 도와드립니다. |
참고자료
·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접근매체의 선정과 사용 및 관리)·제49조(벌칙) — 국가법령정보센터
· 접근매체 양도 등 금지와 '양도'의 의미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광주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발표(2026. 8. 10.) — 뉴스핌·프레시안 보도
· 관련 칼럼: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조사받게 되었다면
· 같은 주 발행 칼럼: 파산선고를 받으면 자격을 잃는다는 말
| 강성문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 · 가사법 전문 변호사 광주지방변호사회 광고심사위원회·법제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법학과 ·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변호사 프로필 보기 |
| 본 칼럼은 접근매체 양도·대여에 관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인용한 광주경찰청 발표 내용은 2026년 8월 10일 복수 매체 보도로 확인한 범위이며, 본건은 수사·송치 단계로 관련자의 유무죄가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조직 관련자에게 적용된 구체적 죄명과 사건번호는 확인되지 않아 기재하지 않았고, 압수 금액은 보도 간 기재가 달라 제외했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조문의 항·호 번호는 원문 대조를 마치지 못하여 표기하지 않았으며, '양도'의 의미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사건번호를 특정하지 못하여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관련 구성원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상세한 내용은 아래의 문의를 통해 전달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