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첫 진료 당일에 받았다면

COLUMN · 의료

작성 2026. 8. 27. | 로엘법무법인 이효준 변호사

의료소송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은 "과실을 입증할 수가 없다"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수술 뒤에 나쁜 결과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는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과실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건에서도 병원의 배상책임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광주지방법원이 「우리법원 주요판결」로 2026년 8월 21일 공개한 백내장 수술 사건이 그 구조를 보여 줍니다. 이 글은 그 판결문을 기준으로 과실과 설명의무가 어떻게 갈리는지 정리한 것입니다.

Q. 수술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도 병원이 배상해야 하는 경우가 있나요?

있습니다. 광주지방법원은 백내장 수술로 손상이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시급을 요하는 수술이 아닌데 병원 첫 방문 당일 수술을 시행해 환자의 자기결정권 내지 선택권을 침해했다고 보아 위자료 500만원을 인정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6. 3. 18. 선고 2023가단537844 판결). 과실과 설명의무는 별개의 책임 근거여서, 하나가 부정되어도 다른 하나가 남을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는 2022년 3월 24일부터 이틀에 걸쳐 피고 의사로부터 백내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이후 안압이 올라가고 눈의 통증과 두통이 이어졌고, 수술 후 약 5개월이 지나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다른 병원에서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과 황반부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수술 당시 의사의 과실로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발생했고 설명의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위자료 1억원을 청구했습니다. 광주지방법원은 2026년 3월 18일 이 중 500만원을 인정하고 나머지를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절반을 원고가 부담하도록 정했습니다.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수술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술 전에 녹내장 치료 전력이 전혀 없었고 수술 5개월가량 뒤에 양안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이 확인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신체감정 결과 백내장 수술 후 황반부종이 드물지 않게 동반될 수 있다는 의견과 검사 자료상 이전부터 녹내장이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의심된다는 의견이 함께 나왔기 때문입니다.

판결문이 인용한 법리도 같은 방향입니다. 대법원은 수술 후 중한 결과가 생긴 경우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증명되면 의료상 과실로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결과 발생을 추정할 만한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로 막연하게 인과관계를 추정해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11다100138 판결).

그런데도 배상책임이 남았습니다

설명의무는 별도로 심리됩니다. 대법원은 의사가 수술 등 인체에 위험을 가하는 의료행위를 할 때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환자가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환자가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2023. 3. 9. 선고 2020다218925 판결). 그 위반이 위자료 지급 대상이 된다는 법리는 백내장 수술 사건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5다49608 판결).

이 사건에서 의사는 수술 전에 개략적인 방법과 일반적인 합병증, 주의사항을 설명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의 존재가 아니라 그 정도와 시점이 문제였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의료법」 제24조의2는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우려되는 수술에 대해 진단명, 필요성과 방법, 전형적으로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정하고, 환자가 그 동의서 사본을 요청할 수 있게 합니다.

법원이 무엇을 보았나

판결문은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한 근거를 네 가지로 나열합니다. 첫 항목이 이 판결의 핵심입니다.

근거판결문이 든 사정
①시급을 요하는 수술이 아님에도 병원 첫 방문 당일 곧바로 시행
②수술 후 두 차례 녹내장 검사를 했는데도 적절한 진단·안압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음
③처치·관리가 부족했을 우려가 있다는 신체감정 의견
④우안은 완전 상실에 가깝고 좌안 시야도 일부 상실된 현재 상태

이 판결이 남기는 것

배상 범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법원은 수술과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이상 설명의무 위반과 손상 사이에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정된 것은 시력 손상 자체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 선택할 기회를 잃은 데 따른 위자료였습니다. 청구액 1억원 중 500만원이 인정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도 실무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수술을 권유받은 시점과 실제 수술일 사이의 간격은 기록으로 남습니다. 진료기록과 동의서에 적힌 날짜가 뒤에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둘째, 「의료법」이 보장한 동의서 사본 발급 요청은 분쟁이 생기기 전에 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셋째, 과실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을 접기 전에 설명이 언제·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졌는지를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술 결과를 두고 다툼이 있다면 진료기록 사본과 수술 동의서, 최초 내원일부터 수술일까지의 경과를 먼저 확보해 두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온라인 상담 →

참고자료

· 광주지방법원 2026. 3. 18. 선고 2023가단537844 판결 (「우리법원 주요판결」 2026. 8. 21. 게시, 비실명 처리본) — 광주지방법원
· 대법원 1997. 7. 22. 선고 95다49608 판결 · 2012. 10. 11. 선고 2011다100138 판결 · 2023. 3. 9. 선고 2020다218925 판결 — 종합법률정보
· 「의료법」 제24조의2 [시행 2026. 4. 7.], 「민법」 제750조·제751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 합의서에 서명한 뒤 나타난 손해에 관하여: 합의서에 서명한 뒤 나타난 후유증
· 같은 날 발행 칼럼: 친권상실 청구, 법원이 마지막에 두는 선택

이효준 로엘법무법인 파트너변호사
법무부 인권구조과 법률홈닥터 역임 (광주분사무소)
변호사 프로필 보기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인용한 광주지방법원 2023가단537844 판결은 법원이 공개한 제1심 판결이며, 항소 여부와 확정 여부는 공개 자료에 나타나지 않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사자와 의료기관의 식별 정보는 법원의 비실명 처리본에 따라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의료소송 처리 현황과 설명의무 위반 사건의 위자료 수준에 관한 통계는 원본 표를 확인하지 못해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유형이라도 진료 경과와 감정 결과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관련 구성원

목록

관련 사건사례

MORE

관련 구성원

MORE
온라인상담신청

더 궁금한 점이 있으신가요?

상세한 내용은 아래의 문의를 통해 전달해주세요.

빠른상담 접수

로엘 법무법인이
함께 고민하고 대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