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유언장이 무효가 되는 순간 — 날인과 주소
COLUMN · 상속
작성 2026. 7. 30. | 로엘법무법인 김수민 변호사
"아버지가 직접 손으로 쓰고 서명까지 하셨는데 무효라니요." 상속 분쟁에서 유언장을 들고 오신 분들께 가장 조심스럽게 전해야 하는 말이 이것입니다. 유언은 유언자의 뜻이 분명한지와 별개로, 법이 정한 방식을 갖추었는지에 따라 효력이 갈립니다.
이 글은 자필로 쓴 유언장이 어떤 이유로 무효가 되는지를 조문과 확정 판례로 정리한 것입니다. 특히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문제되는 날인과 주소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Q. 직접 손으로 쓴 유언장이면 그대로 효력이 있나요? 자필로 썼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민법」 제1066조 제1항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서하고 날인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이 다섯 가지 중 하나라도 빠지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유언자의 날인이 없는 유언장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다25103, 25110 판결). |
민법이 요구하는 다섯 가지, 하나만 빠져도 무효입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은 전문 자서, 연월일 자서, 주소 자서, 성명 자서, 그리고 날인의 다섯 가지입니다. 「민법」 제1066조 제1항이 이를 모두 요구하고 있고, 여기서 '자서'는 유언자가 직접 손으로 쓰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내용을 컴퓨터로 작성해 출력한 뒤 서명만 자필로 한 문서는 자필증서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합니다.
연월일을 반드시 적어야 하는 이유는 유언이 여러 개 존재할 때 어느 것이 나중의 것인지를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뒤에 한 유언이 앞의 유언과 저촉되면 앞의 유언은 철회된 것으로 다루어지므로, 날짜가 없는 유언장은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없게 됩니다. 요건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요건 | 확인할 내용 | 누락 시 |
| 전문 자서 | 내용 전부를 유언자가 직접 손으로 작성 | 자필증서 유언으로 무효 |
| 연월일 자서 | 작성한 해·월·일을 직접 기재 | 자필증서 유언으로 무효 |
| 주소 자서 | 유언자의 주소를 직접 기재 (봉투 기재도 가능) | 자필증서 유언으로 무효 |
| 성명 자서 | 유언자의 이름을 직접 기재 | 자필증서 유언으로 무효 |
| 날인 | 인장 또는 지장을 찍음 (서명과 별도) | 자필증서 유언으로 무효 |
날인이 없는 유언장은 효력이 없습니다
서명을 했더라도 날인이 없으면 자필증서 유언으로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유언자의 날인이 없는 유언장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고(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다25103, 25110 판결), 같은 취지의 판단을 다른 사건에서도 유지했습니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2848 판결). 날인을 요구하는 이유는 그 문서가 초안이 아니라 확정적인 유언임을 담보하는 데 있습니다.
이 요건에 대해서는 위헌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날인을 요구하는 부분이 유언자 사후에 진의를 확보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정당한 목적을 가지며, 법률행위에 인장을 사용해 온 오랜 법의식과 관행이 존재하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08. 3. 27. 선고 2006헌바82 결정).
다만 도장이 없다면 지장도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무인, 즉 손도장에 의한 날인도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인감도장이어야 한다는 요건도 없습니다.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도장의 종류가 아니라 날인 자체가 빠져 있는 경우입니다.
주소는 어디에 적어야 하는가
주소는 유언장 본문과 같은 종이에 적지 않아도 됩니다. 대법원은 자필증서 유언에서 주소를 유언 전문과 같은 지편에 기재할 필요가 없고 유언서를 담은 봉투에 기재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38503 판결). 같은 취지로 봉투에 주소를 자서한 경우도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주소를 요구하는 취지는 유언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하는 데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주소 자서가 유언자의 인적 동일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취지에서 보면, 주소를 아예 적지 않은 유언장이 가장 위험하고, 동명이인과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간략하게만 적은 경우에도 다툼의 소지가 생깁니다. 필자가 상속 사건을 다루며 확인하게 되는 것도, 무효 주장이 제기되는 지점이 유언의 내용이 아니라 이런 형식 요건이라는 점입니다.
유언장을 쓰기 전에 정해야 할 것
유언장을 남기려는 목적이 분쟁을 줄이는 것이라면, 자필증서 방식이 최선인지부터 검토해야 합니다. 자필증서는 비용이 들지 않고 혼자 작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섯 가지 요건 가운데 하나만 빠져도 방식 위반으로 무효가 되고 그 사실은 유언자가 사망한 뒤에야 드러납니다. 민법이 정한 다른 방식 중에는 공증인이 관여하는 방식도 있어, 재산 규모나 상속인 사이의 갈등 정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이미 작성해 둔 유언장이 있다면 다섯 가지 요건을 지금 확인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특히 날인과 주소는 작성 당시에 무심코 빠뜨리기 쉬운 항목입니다. 내용을 수정할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명백한 오기를 정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정정 부분에 대한 처리 방식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자필증서 유언은 전문·연월일·주소·성명의 자서와 날인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둘째, 날인이 없으면 효력이 부정되며 지장도 날인으로 인정됩니다. 셋째, 주소는 봉투에 적어도 되지만 아예 없으면 무효 주장의 근거가 됩니다. 유언은 사후에 고칠 수 없는 문서이므로, 작성 전에 변호사의 검토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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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민법」 제1066조(자필증서에 의한 유언)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다25103, 25110 판결 /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6다12848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 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38503 판결 / 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헌법재판소 2008. 3. 27. 선고 2006헌바82 결정 — 국가법령정보센터 헌재결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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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민 로엘법무법인 변호사 상속 사건 담당 변호사 프로필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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